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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라이프치히 시스템의 엔진, 크사버 슐라거

이번 시즌 라이프치히는 제법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고, 그 중심에는 여러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이 있었다.
 
PSG로부터 임대한 시몬스의 활약은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했다. 또한 레드불 시스템이 배출한 신예 셰슈코는 후반기에 폼을 끌어올려 7경기 연속 득점행진과 함께 시즌을 마감했고, 루케바 역시 첫 시즌에 준수함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으며, 오펜다, 헨릭스, 라움 등 다른 선수들 역시 몸값을 올릴 만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단순히 개인기량이 좋은 선수들을 모아놓는 것만으로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성함에 있어, 팀의 엔진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했던 크사버 슐라거를 단연코 이번 시즌 라이프치히의 일등공신으로 꼽고 싶다.
 

23-24 라이프치히의 일등공신 슐라거


선수 소개

 
먼저 이번 시즌 라이프치히의 시스템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선수들의 평균 포지셔닝(vs 프라이부르크) 출처: SOFA

 
라이프치히는 대부분의 경기에서 1-4-2-2-2의 스타팅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전개 방식으로는 후방에 중앙 수비수 둘 배치, 킥이 우수한 양쪽 윙백을 적극적으로 활용, 슐라거와 함께 더블 피벗을 구성한 미드필더가 홀딩, 슐라거는 좌측 공간에서 전개와 수비 양면에 크게 기여, 올모와 시몬스가 유기적으로 스위칭하여 한 선수가 중앙 전개에 가담하고 나머지 한 선수는 셰슈코-오펜다 투 톱과 함께 3 톱을 구성하는 방식이 전형적이었다.
 
여기서 슐라거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기본적으로 공수양면에서 슐라거에게 많은 것이 요구되는 시스템이다.
 
우측에서는 윙 올모가 중앙 전개와 커버에 자주 가담했던 반면, 좌측 윙어 시몬스의 경우 돌파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올모보다는 더 측면에 가깝게 배치되었다. 그렇다 보니 좌측 공간에서 중앙 전개에 가담해 줄 역할이 꼭 필요했고, 슐라거가 그 역할을 도맡았다. 슐라거의 존재로 시몬스에 의한 좌측면 돌파가 성립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Fbref(Powered by OP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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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전개에 대한 절대적인 기여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수치인 터치 횟수와 받은 패스 횟수에서 각각 90분당 71.8회, 50.7회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위치했다.
 
상위 11%를 기록한 중앙 1/3 공간에서의 터치 횟수와, 낮은 수치의 상대 진영 1/3, 상대 박스 안 터치 빈도를 비교하여 미루어보아 주로 공격 진영에서 활동하기보다는 중앙에서 전개에 가담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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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라거의 볼 캐리는 상술한 대로 라이프치히의 공격 전개에 매우 큰 역할을 했다. 
 
동포지션 선수들과의 비교에서 90분당 45.19회의 볼 캐리, 246 야드의 운반 거리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위치했다. 이를 전진 운반으로 국한하면 90분당 2.47회, 151 야드로 각각 상위 13%, 4%로 최상위권에 속한다.
 
파이널-써드로의 꽤나 직접적인 운반도 상위권에 속하는 90분당 1.74회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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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라거는 주로 직접 돌파를 시도하기보다는 동료와의 패스 플레이를 통해 상대의 압박에 대항했다. 그렇기에 볼 운반 과정에서 돌파 시도 자체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 준수한 테크닉을 갖추어 성공률 부분에서는 매우 높은 지표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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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라거는 패스 플레이에도 강점을 지닌 선수이다.
 
패스 시도 자체도 90분당 62회로 많은 편에 속하고, 90분당 총 패스 거리는 888 야드에 달한다. 그 외 성공률 등 롱패스를 제외한 숏, 미드움 패스의 모든 지표에서 상위권에 해당한다.
 
특히 전진 패스에 강점을 보였는데, 90분당 7.46회를 기록하며 상위 11%에 위치했으며, 동포지션 상위권인 90분당 총 255 야드의 전진 패스 거리를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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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Shot-Creating Actions)와 GCA (Goal-Creating Actions)에서도 90분당 각각 3.08, 0.44회를 기록하며 동포지션 상위권에 속했다. 
 
SCA와 GCA 모두 공통적으로 패싱 부분의 지분이 매우 컸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슐라거의 23-24시즌 히트맵(출처:SO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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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부문에서도 공격 전개 못지않게 슐라거의 기여가 상당했다. 기본적으로 전개의 주축으로서 볼 캐리를 도맡은 선수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좌측 윙백 라움의 킥을 활용하고자 전진 배치하는 경우가 많아서 공간 커버에 대한 요구도 따랐다.
 
슐라거는 단순히 왕성한 활동량으로 수비 인원을 늘려주는 선수가 아니다. 좋은 태클 능력을 지녀 팀의 수비 퀄리티를 올려줄 수 있는 선수이다. 일단 태클 횟수 자체도 90분당 2.96회로 상위 10%에 해당하며, 성공 횟수는 무려 상위 8%에 속한다. 90분당 태클 횟수 부분 유럽 전체 1위는 풀럼의 주앙 팔리냐로, 팔리냐와 같이 주로 수비에 치중하는 홀딩 미드필더들과 같은 분류군에서 비교한 결과라는 데서 슐라거의 대단함을 엿볼 수 있다.
 
프레싱을 강조하고 역압박을 공격의 주된 기조 중 하나로 삼는 로제 감독 시스템의 선수답게, 90분당 1.31회의 중앙 1/3 공간에서의 태클 횟수를 기록하며 아군 진영 1/3 공간에서의 태클 기록과 거의 비등한 모습이다.

상대 진영 1/3 공간에서의 태클 횟수는 동포지션(미드필더)선수들과의 비교에서 상위 43%로 평범한 수준이었지만, 1-4-2-2-2의 더블 피벗 자리에서 출전한 선수가 다른 미드필더들과의 비교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결론

 

라이프치히의 엔진, 슐라거

 
시즌 막바지 슐라거의 햄스트링 부상 이탈로 엔진을 잃은 라이프치히는 경기력적으로 매우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 아이다라와 자이발트가 슐라거의 몫을 대신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슐라거의 복귀 예정 시기는 2025년 1월로, 다음 시즌 전반기를 놓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라이프치히는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하면서 슐라거의 이탈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며, 이것이 다음 시즌 라이프치히의 명운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