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슈투트가르트의 기세는 대단했다. 트로피 획득에는 아쉽게도 실패했으나,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과 적절한 선수단 밸런스로 바이에른 뮌헨을 제치고 리가 2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중심에는 해리 케인과 치열한 득점왕 경쟁을 펼친 세루 기라시, 노련하게 수비라인의 중심을 잡아준 발데마르 안톤 등이 있으나, 회네스 볼의 중심에는 늘 안젤로 슈틸러가 있었다.
바르셀로나 등 빅클럽으로의 이적설이 떠올랐으나, 최종적으로는 잔류를 선택했다. 최근에는 3년 재계약을 체결하며 슈투트가르트의 코어로서 위치를 견고히 하기도 한 슈틸러는 어떠한 스타일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가보도록 하자.
슈틸러는 주로 1.4.2.2 / 1.4.2.3.1 시스템에서 아타칸 카라초어 등과 함께 투볼란치를 이뤄 수비라인의 빌드업 상황을 돕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트맵을 본다면 중앙선 부근의 2/4~3/4 지점뿐만 아니라 패널티 박스 근처 지역, 왼쪽 측면 등 여러 구역을 광범위하게 커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경기당 평균 70회의 터치수를 가져가는데, 이는 슈투트가르트 포함 리가 상위 다섯 팀의 3선 미드필더들에 비해 많은 횟수는 아니다. 하지만 카라초어의 평균 터치 횟수도 슈틸러와 비슷함을 미루어 볼 때, 투볼란치 구조에서 두 선수의 역할 분담 및 밸런스가 적절하게 맞춰졌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해당 위치에서 안젤로 슈틸러가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 전체적인 경기 상황을 조율하거나 적절한 위치에 포지셔닝을 취해 연결점 역할을 하는 능력도 출중하나, 리그 상위권에 속하는 전진 패스 및 기회 창출 능력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아래의 패스 관련 지표를 보라. 위는 레버쿠젠의 그라니트 자카, 아래는 슈틸러의 스탯이다. 두 선수의 PrgDist(총 전진패스 거리)를 살펴보면 두 선수가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카가 리가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하나로 군림하고 있음을 미루어본다면, 슈틸러의 전진패스 능력이 리가를 통틀어 보더라도 상위권, 더 나아가 최상위권에 속함을 확인 가능하다.
하지만 TotDist(총 패스 거리)와의 상관관계를 함께 고려한다면, 슈틸러의 전진패스 비율이 더 높음을 알 수 있다. 레버쿠젠에 비해 슈투트가르트의 축구가 더 직선적이며 두 선수의 터치수 차이가 20회 정도가 나 절대적 우위는 아니기 때문에, 두 선수 모두 각자의 체제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해석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
이외에 슈틸러에게서 볼 수 있는 또다른 중요한 능력은 바로 '1선 수비 파괴'라고 할 수 있다. 슈투트가르트는 레버쿠젠, 바이에른 뮌헨에 비해서는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하지만, 전반적으로 라인을 올리고 상대를 지배하는 것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기 때문에 상대 수비 블록을 차근차근 깨나가야만 한다.
이때 슈틸러는 상대 1선 라인의 수비 액션과 동료의 선수의 서포트 움직임을 고려해 최적의 패스 옵션과 포지셔닝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슈투트가르트의 미드필더에게 꼭 필요한 자질인데, 경기 장면을 예시로 슈틸러의 중원 판단 능력이 팀에 어떤 이점을 주는지 보도록 하자.
1.4.4.2 미들블록을 상대하는 슈투트가르트다. 두 명의 사이드백이 상대 1선과 미들라인의 경계선 부근까지 전진했고, 두 명의 센터백과 투볼란치가 3-1 후방 구조를 이룬 모습이다.
좌측 센터백이 볼을 잡고 있고, 마땅한 전진 패스 선택지가 없다. 좌측 센터백이 지원 움직임을 위해 볼을 소유하고 있는 동안 슈틸러는 볼과 먼 사이드의 상황을 스캐닝한다. 이를 통해 슈틸러는 상대 좌측 스트라이커의 그림자에 있었던 카라초어가 패스 옵션을 만들기 위해 상대 투톱 사이로 들어오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장면에 완벽하게 표현되지는 않았으나, 좌측 센터백이 볼을 올라오는 동안 상대 투톱을 끌고 올라가기 위해 계속해서 전진하던 슈틸러는 상대 투톱 약간 밑 부근에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동시에 자신의 등 뒤를 스캐닝했는데, 이는 좌측 센터백에게 패스 옵션을 주고, 이후 상황에서 더 빠른 액션을 취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움직임을 취한 것이다.
다음 상황, 슈틸러는 좌측 센터백인 안토니 루오에게 볼을 받았다. 앞서 설명했다시피 슈틸러는 순간적으로 상대 1선 앞에서 멈췄기 때문에 편하게 볼을 받아 바디포지션을 설정할 수 있었다. 바디포지션은 볼 반대 사이드, 즉 우측면을 향해 설정했다.
그 이유는 상대 수비블록에 혼란을 주기 위함이다. 아래 장면을 보라. 슈틸러가 우측면으로 돌아서자 상대 우측 스트라이커와 상대 우측 볼란치의 시선 및 바디포지션이 우측으로 쏠린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미들라인까지 올라간 좌측 사이드백이 상대 라이트 윙을 끌고 라인을 통과했기 때문에 좌측면에 공간이 발생했다.
또, 카라초어가 상대 1선과 미들라인 사이 폭에 포지셔닝을 취함에 따라 상대 투톱의 간격이 가까워졌기 때문에 좌측 센터백인 루오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극대화되었다.
위의 과정을 거쳐 슈투트가르트 후방 구조는 좌측면 공간을 확보했다. 투톱이 가깝게 위치해있고, 상대 볼란치의 바디포지션이 반대로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루오는 몇 초간 프리맨으로서 다음 상황에 대한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이후 슈투트가르트는 좌측에서의 수적 우위를 적절하게 이용해 해당 상황을 위협적인 슈팅 장면까지 이끌어나갈 수 있었다.
습관적이고 순간적인 스캐닝을 통한 상황 인식,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움직임을 선보이는 판단력, 상대를 이용하기 위한 바디포지션 설정, 그리고 볼 소유를 통한 공간 창출 등등.
이는 위의 지표들과 경기 장면에서 볼 수 있는 슈틸러의 능력이다. 동시에 소위 현대축구에서 그라운드를 밟는 대부분의 미드필더에게 요구되는 능력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능력을 대부분 갖춘 슈틸러는 위에서 볼 수 있듯 경기의 흐름을 조율하고, 판도를 결정할 수 있다.
회네스 볼의 '사령관'으로서 2년차를 보내고 있는 슈틸러, 다소 굴곡진 시즌을 보내고 있는 팀의 우상향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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